문학공간

송편<詩>

김인자
2002.11.03 11:00 227,96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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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송편 만드는 법을 어머니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세상으로부터 배웠다 솔잎에 깨설탕이나 햇콩이나 밤 혹은 땅콩 맛과 투박한 쌀반죽의 위장술도 세상이 가르쳐 준 것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돌가루가 씹히는 일도 있었다

추석날 두 아이와 송편을 만들며 나는 무엇을 가르쳤는가? 반죽인가, 모양인가, 속인가. 꿀맛만이 아닌 세상인가 아이들이 원했으므로 몇 년째 깨설탕만으로 송편을 만들다가 아차 했다 세상을 잘못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 어디 고소하고 달콤하기만 한 것이 삶이었나 싶었다 달지 않은 콩이나 가끔은 부실한 이발 와지끈하는 잡석도 있다는 것을 왜 아이들에게 일러주지 못하는가 뒤늦게 아이들이 싫어하는 콩을 사러갔으나 허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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