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공간

욕망과 머리칼

김인자
2002.11.03 11:01 6,17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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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머리칼


한가위 연휴에 큰 일 하나를 했다.
1년만에 미장원이라는 곳에 가서 머리를 약 20cm가까이 자르고 매직스트레이트라는 이름의 퍼머낸트를 했다.
20cm가까이 잘랐다고는 하지만 자른 머리칼에 비해 남아있는 머리칼도 만만찮으니 시시때때로 솟구쳐 오르는 욕망도 다 잘랐다고는 말 할 수 없다.
미용실 바닥에 수북히 쌓인 머리칼을 내려다보며 저 아까운 걸 하다가 금방 마음을 고쳐먹고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다시 자랄 머리칼이니 그래, 많이 잘라도 문제될 게 없지 참 잘 잘라 냈지 싶다가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니다, 아니다 하며 아쉬운 듯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 터무니없는 욕망이라니!
가벼워지자. 다 잘라내 버리고 버려서 가벼워지자 얼마나 내 안에서 외쳐온 소리인가.그러나 모르진 않는다. 머리가 가벼워지니 몸도 가벼워졌다고 위로할 수 있는 시간도 아주 잠깐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형편없는 존재, 인간이라는 하등동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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