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공간

그러나 사랑은<詩>

김인자
2002.11.03 11:01 6,265 1

본문

그러나 사랑은


울지 않기로 한다. 사랑이 가버렸다고
갔으니 다시 올 것이므로
그래서 사랑인거지
한 때 사랑은 목숨보다 귀한 것이라고
거짓 맹세에도 가슴을 쥐어뜯으며
펑펑 눈물을 쏟던 그땐 몰랐다
눈물도 유언비어처럼 믿을 게 못된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사랑은 다시 올 것이다
그러나 아침 안개사이로 희미하게 다가오는 그림자를
사랑이라고 두 손 벌려 안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짓 사랑은 빨리 오고 참사랑은 더디게 온다는
뜬소문에도 귀를 열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기다리는 사랑은 언제나 그러하듯
이번에도 마지막이라는 위로의 말을 찾아내고야 말겠지만
마지막일 수 없는 운명 너머에 대해선
눈감을 수밖에 없다

나는 이제 핸드폰의 벨소리나
우체부의 인줏빛 오토바이도 기다리지 않을 것이며
어떤 역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갈 사랑은 가고 올 사랑은 올 것이기에






댓글목록 1

송호근님의 댓글

송호근 2002.11.04 20:02
  시상이 白石을 기억하게 만드는군요.
역시 사랑은 믿음 이군요.
좋은 시 감사히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