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fpa 본사 바로가기 배너
Home > 커뮤니티 > 문학공간
 
작성일 : 02-11-03 11:06
안개 <詩>
 글쓴이 : 김인자
조회 : 5,858  
안개 고향으로 가는 길은 안개가 길을 막았다 어디서 멈추어야 할지 가늠하기 힘든, 그러나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고향은 몸이 알아서 길을 낼 터이지 마음만 앞세운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안개 탓이리라, 가을 산들은 붉다못해 검다 한낮에도 안개의 입자들은 폐부 깊숙이 파고들었다 골수에도 안개가 끼었으리라 양지바른 곳에 계시는 어머님은 이제 편안해 보였다 알고 계실까. 내 흘러온 길, 앞을 분간 할 수 없는 안개들이 걸음을 막막하게 했다는 것을, 재회의 기쁨도 잠시 혼자 돌아갈 안개뿐인 나만의 길을 어머니는 염려하고 계셨던 것일까 봄부터 선산의 밤나무들을 돌보셨을 어머니께서 서둘러 아이들에게 줄 밤을 주워가라 하셨지만 갈 길 멀고 시간 없다는 걸 핑계 삼아 빈손으로 산을 내려오는 나를 나무랄 때도 됐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듯 웃고만 계시는 어머니 살아 계실 때 늘 빗나갔던 희망을 지금까지 답습하고 있는 못난 나를 보며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쓰리고 아린 건 왜인가 마알간 해 사라지고 바람에 안개 쓸려갈 법도 한데 어둠이 길가에 서성댈 때까지 안개는 그대로다. 내 생애 안개 걷힌 날 얼마나 있었다고 오늘 하루분의 안개를 탓하랴 고향은 그리움만으로 가는 곳이 아니라 때되면 지친 몸 알아서 가는 곳이니 어떤 힘으로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제 아무리 짙은 안개가 길을 막아선다 해도 태초의 어머니 거기 계시므로

송호근 02-11-04 19:48
 
    참으로 오랫만에....
  메말라버린 나의 영혼에 물을 적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