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공간

<시> 놋숟가락

김인자
2002.11.03 10:52 5,49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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놋숟가락


옛날, 어머니 손가락 지문 닳도록 긁어서 우리들 먹여 살리시던 놋숟가락 기억하시는지요?
감자를 깎을 때나 무쇠 솥에 눌러 붙은 누룽지를 긁을 때에도 없어서는 안 되는 놋숟가락
말인데요. 우리들 배를 불린 게 어디 감자나 누룽지 만이었을까요? 놋숟가락으로 파고 또
팠던 건 뼈만 남은 어머니 가슴은 아니었을까요? 처음엔 이제 막 기울기 시작한 예쁜 하현
달이었지만 나중엔 겨우 남은 눈썹달로 생을 마감했던 우리들 오래된 찬장 구석에서 유물처
럼 쏟아져 나오던 어머니 손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던 그것, 닳아 없어진 놋숟가락 어머니
인생에 몇 개나 있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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