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공간

이 세 권의 책-조화로운 삶-

김인자
2002.11.03 10:54 5,402 0

본문


이 세 권의 책

내가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원제:The Making of a Radical>을 처음 만난 것은 1년 전의
일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소신껏 살아온 한 자연주의자의 삶을 알
게 되면서 더욱 궁금했던 게 한가지 있었다. 그가 53년이나 함께 살았던 아름다운 여인 20
년 연하 그의 아내 헬렌 니어링의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얼마 후 헬렌 니어링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원
제:Living and Leaving the Good Life>." 라는 책을 읽지 않으
면 안되었다.(견딜 수 없이 읽고 싶었던 책이었으니까)
이 책을 읽을 때에도 요즘 내가 하고 있는 독서습관의 원칙을 깨지 않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것은 좋은 책일수록 아주 천천히 읽을 것)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은 그 개인의 사상이나
자연주의 철학이 담긴 글이었다면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는 헬렌 자신의 삶에 스콧 니어링을 빼고 결코 이
야기 될 수 없는 모든 것들이 들어있었다.
주장이 곧고 확실하며 매사에 치밀한 계획과 고집스러움을 가진 사람이 남편 스콧니어링
이었다면, 니어링이라는 멋진 이름을 공유하고 싶어서 결혼을 결심했다고 술회한 바 있는
음악을 전공한 헬렌은 다소 여린 감성과 그녀만이 가질 수 있었던 사랑스러움과 음악적 감
각이 두 사람의 인생을 조화로운 삶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특히 헬렌 니어링이 끝까지 곁에서 평화롭고 행복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던 스콧 니어링의
죽음(새로운 삶 혹은 빛의 옮겨감)에 관한 마지막 기록들은 한참 동안 감동으로 읽던 책을
가슴에 얹고 눈을 감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들 두 사람의 글을 함께 엮은 책 "조화로운 삶<원제:Living the Good
Life>." 은 반세기 동안 같은 길을 걸어온 부부로써 동지로써 서로에 대한 생각이나 그들
나름의 철학이 잘 정돈된 책이었다.
이 책들을 모두 읽고 나서 내겐 좋아하는 말이 생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조화로운 삶< Living the Good Life>." 이다.
처음엔 다소 막연한 듯 했지만 이 지극히 평범한 말이 어쩌면 내 삶의 새로운 영혼적 좌표
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에 사로잡힌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처음의 기대감보다는 이들의 책을 모두 읽고 나서 이 "조화로운 삶"에 대한 나의 애정은
더욱 구체적이고 확고해 졌다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내 머리맡을 오래 지켜줄 이들의 책이 있어서 오는 가을이 더욱 풍성해질지도 모르겠다.

헬렌 니어링이 기록한 글 중에서 남편 스콧 니어링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의 기록들을
여기 옮긴다. 천천히 음미해보시기를.......

<<<1983년 8월 24일 아침 나는 그이의 침상에 같이 있으면서 조용히 그이가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반쯤 소리내어 옛 아메리카 토착민들의 노래를 읊조렸다.
"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네 심장에 여름
날의 온기를 간직하라. 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 있으리라."
나는 그이에게 중얼거렸다. "여보, 이제 무엇이든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요. 몸이 가도록
두어요. 썰물처럼 가세요. 같이 흐르세요. 당신은 훌륭한 삶을 살았어요. 당신 몫을 다 했구
요.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세요. 빛으로 나아가세요. 사랑이 당신과 함께 가요. 여기 있는 것
은 모두 잘 있어요."
천천히, 천천히 그이는 자신에게서 떨어져나가 점점 약하게 숨을 쉬더니, 나무의 마른 잎이
떨어지듯이 그렇게 숨을 멈추고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 그이는 마치 모든 것이 제대로 되
어있는지 시험이라도 하듯 "좋-아." 하며 숨을 쉬고 나서 갔다. 나는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
는 곳으로 옮겨갔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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