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공간

지금은 감속이 필요한 때

김인자
2002.11.03 10:57 5,25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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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감속이 필요한 때



사람들은 말한다.
산 앞에서 신발 끈을 고쳐 묶는 사람에게 잠시 후면 다시 내려올 산을 왜 오르느냐고.
과정을 즐길 의도가 아닌 정상을 위한 목적만으로 산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 과정은 길고 결과는 짧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속적으로 즐겨야하는 건 과정의 여유로움이지 순간에 끝나는 성취감의 결과는 아니다.
지금은 가속 페달을 밟을 때가 아니다. 감속해야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감속이 어렵다면 그것을 자연스럽게 조절해주는 것은 오르막 앞에 자신을 세우는 것이다. 처음엔 낮은 언덕부터 시작하여 차츰 높은 산으로 옮겨가면 좋을 것이다. 가끔 찾아오는 완만한 내리막 앞에서 섣불리 환호하지 말자. 거기 무너지는 인생이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아야지.
그렇지 않겠는가?
지금 이 순간 누구에게나 힘겹게 올라야 할 산이 있다는 건 제어할 수 없는 내리막의 가속보다 백 배 아니 천 배쯤 위로 받을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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