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공간

물水하고 놀자

김인자
2002.11.03 10:58 5,36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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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水하고 놀자


물水이 놀이가 되고 치료가 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모난 생각을 순화시키고 조급증을 덜어주고 혼자 있어도 함께 있는 듯한 넉넉함과 무엇보다도 휴식을 제공해 주는 것은 물만이 주는 힘이고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바깥 기온의 변화에 따라 물의 온도에 따라 컨디션을 변화 있게 조절하고 때에 따라서는 몸의 위기 상황을 본능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물만의 역할이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들 최초의 집은 물이었다. 어머니 배를 빌려 모든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았던 최초의 물이라는 집. 여기서 나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거창한 취지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가벼움을 전재로 한, 혹 누군가 색다른 놀이감을 원하는 이가 있다면 단연 나는 물을 추천하고 싶다. 수영을 하거나 고기를 잡거나 아니면 세탁을 하거나 식물을 기르는 것 말고 단지 놀이감으로 물을 권하고 싶다.
특히 모난 성격의 소유자일수록 그렇다. 물론 남녀노소 아니면 몸이 불편한 장애를 가진 환자 누구라도 물하고 노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
물을 권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는데 우선은 모난 부분을 둥글게 해주는 힘을 물은 가지고 있다. 물 밖이라면 감정에 치우쳐 금방 행동으로 옮기고 말 일도 물은 그러한 경솔을 한 박자 늦추도록 제약을 준다. 사람에 따라 감각기관을 한없이 자유롭게 하는가
하면 한없이 무디게도 한다. 물과 친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보다 더 원시성을 깨우고 융통성을 발휘하는 적절한 도구가 없다는 것을..........

수영장에서 물과 놀면서 자주 느끼는 게 있다. 컨디션이 좋을 땐 몸이 가벼워 동작 또한 가벼워지지만 그렇지 못할 땐 반대다.
동작이 가볍다는 것은 단지 능숙한 수영실력의 결과라고만 생각지 않고 누가 물 속에다 이렇게 좋은 스프링을 깔아 두었을까? 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몸이 물 밖과 물 속을 자유롭게 튀어 오르고 가라앉는다. 이때 기분은 최상이 된다. 앞으로 전진하는 일이나 잠수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기분이 좋거나 수영장이 한산해지면 혼자 물 속에서 장난치고 노는 일을 유감없이 즐기는데 다행이라면 어렸을 적부터 바다와 친해진 탓으로 물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다 받아줄 것 같은 것이 물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겁이 없어서일까? 내가 적의를 품거나 경계하지 않으니 물은 아무리 응석을 부려도 밀어내는 법이 없다. 다 받아준다. 어느 땐 아예 한 몸이다.
물은 몸만 맑게 해주는 게 아니라 잡스런 생각들을 정화시켜준다. 어쩌면 몸이 깨끗해 지다보니 생각도 자연 순화되는 그런 이치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앞서 나는 놀이감으로 물과 노는 방법을 권했다. 결국 이 또한 건강한 놀이를 통해 자연의 모습을 되 찾아가는 작은 지침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영 같은 건 못하더라도 물과 놀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름 날 가까운 강이나 계곡에서 시도해도 좋겠고 집안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겠다. 도구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맨몸이라면 좋겠고 문제는 두려움이 사라질 때까지 물과 친해지는 것. 이때 더욱 중요한 일은 물은 장난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어떤가? 물과 노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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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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