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공간

천사에게 보내는 편지.1

김인자
2002.11.03 10:46 5,080 0

본문


-오늘의 편지-
내가 자주 다니는 길에는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느 분의 집 앞에 누군가 지난 봄부터 형형색색의 꽃을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집안과 밖은 물론이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대로변까지 그 화분의 수는 날로 늘어만 갔습니다. 꽃도 그냥 꽃이 아니었습니다. 마술방망이로 휘둘러대는 것일까요. 하루가 다르게 탐스럽게 꽃을 피워내는 누군가의 손길에 나는 그만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 고마움에 나는 이런 편지 한 통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길을 지나가 대문에 걸려있는 화분에 살짝 던져두고 싶은 편지입니다. 그 천사가 읽으면 힘을 얻어 좀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할 것 같아서......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어느 천사에게
이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을 가진 당신께 전해드리는 그 첫 번째 편지입니다.
나는 지난 봄부터 당신이 가꾼 화분의 꽃들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내가 자주 지나다니는 아니,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지나다니는 그 길이 당신의 집이 있는 그 바로 앞길인데 당신이 집안에서 잘 가꾸어 창 밖이나 혹은 인도로 내놓은 꽃들은 양도 엄청나지만 이 가뭄 속에서도 어쩌면 한번도 고개를 떨구고있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꽃들은 절정이었지요.
처음에는 많은 꽃들을 보면서 나도 무심히 지나치는 여느 사람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지만 언제부턴가 당신의 손길을 놀라움으로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아주 잠시 그곳을 차로 지나가는 짧은 시간 때문에 그랬는지 나는 한 번도 당신이 직접 화분에 물을 주거나 돌봐주는 것을 볼 수가 없어서 처음엔 조금 궁금하기도 하여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고개를 길게 빼고 혹시나 하여 살폈지만 행인지 불행인지 그것은 한번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궁금함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매일 당신의 집 앞을 지나칠 때마다 사람들의 눈에는 결코 잘 보이지 않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을 가진 천사를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 많은 꽃을 통해 마음의 눈으로 만나곤 하였으니까요.
나는 아무도 그 누구도 칭찬의 말 한 마디 하지 않은 그 일을 내 집안도 아닌 도로 밖에까지 그토록 곱게 가꾸고 계시는 당신의 고운 마음씨를 올 해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천사로 모시고 싶습니다.
어느 땐 빠르고 아쉽게 당신의 집 앞을 지나 온 다음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곤 하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밝게 가꾸는 힘. 꽃만 드러내고 마음은 숨어있어서 더욱 천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씨야말로 각박한 문명사회에 개인의 유익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당신이 사랑으로 키워내는 꽃들은 구호를 외치듯 드러내지 않고서도 세상을 빛나게 하는 얼마나 소중한 가르침을 주는 것인지요.
힘이란, 당신 집 앞과 대로변에 만들어내는 꽃 세상이 그렇듯이 언제나 강한 것에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작고 소박한 그러나 후미진 곳에서도 세상을 환하게 밝힐 수 있는 힘 나는 그 힘을 믿는 최후의 한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늘 제에게 좋은 꽃으로 행복을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이 짧은 편지로 대신하게 되어 유감이지만 진정한 고마움이야말로 아름다운 천사를 만나듯 아침저녁으로 당신이 가꾼 꽃을 사랑스럽게 많이 보아주는 것으로 대신할까합니다.
좋은 꽃으로 나와 세상을 더불어 밝게 해 주셔서 진정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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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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