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공간

손님

김인자
2002.11.03 10:46 5,152 0

본문

고개를 들면
A4용지만한 크기의 하늘이 겨우 보이는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작을지도 모르는 우리집 마당에 살구나무. 대추나무. 목련의 잎들이 무성합니다.
벌써 살구는 그 크기를 다 키워낸듯 잎과 더불어 하늘을 향해 솟은 가지를 적당히 휘어지게 할 만큼 자라있습니다.
조용히 열매를 키우고 있는 살구나무나 대추나무도 사랑스럽지만 그러나 더욱 사랑스러운 건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참새 손님입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놀러와 나의 아침을 깨우는 새들의 노래소리.간혹 다른새도 오지만 참새가 주조를 이루는데 한마리가 놀다가 가면 또 다른 한 마리가 와서 고요했던 마당을 은방울과 크리스탈 종소리로 식구들을 깨우곤 합니다.  
아침 일찍 신문을 가지러 대문에 나가다가 만나면 내 발소리에 놀라 잠시 달아나는 듯하다가 다시 나무에 앉아 아침 내내 놀다가 가는 새들이 겨울에는 볼 수 없었는데 봄이 되고 잎이 핀 후로 매일 우리집을 찾아오는 첫손님이자 단골손님이기도 하지요.  
오늘도 나는 그들의 방문을 시작으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가끔은 귀를 아프게 하고 단잠을 깨우는 방해꾼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나 언제 불쑥 찾아와선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아이처럼 노랗게 익어가는 살구를 떨어뜨리며 마당을 어지럽혀 놓고 장난을 쳐도 조금도 밉지 않은 그런 손님입니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언제 누구를 어떻게 불쑥 찾아가도
어여쁨 받는 반가운 손님이었으면 하고 말입니다.




............................................................................................................................
김인자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