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일곱살 때<詩>
김인자
2002.11.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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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시<詩>
내 나이 일곱 살 때
金 仁 子
어린 그 때에도 봄은 나른함으로 왔다.
좁은 집을 빠져나와
길게 미역이 널려있는 집 앞에서 책을 읽다말고
나는 쭈그린 채로 잠이 들곤 하였다.
짧은 꿈 속에선 어딘가에서 자꾸 미끄러져 애를 태웠다.
하늘은 이불이었고 얼굴에 덮고 잠이 든 책은
깨어보면 늘 한 켠에서 저 혼자 책장을 팔럭대기 일쑤였다.
어린 맘에도 나는 심심한 게 아니라
외로움이 싫다고 중얼거렸던 것 같다.
웬 아이가 저리도 청승인지 혀를 차는 사람도 있었다.
책을 보다가 노래를 부르다가
파도소리에 숨소리를 섞어 맞추다가
구름이 콧잔등을 간지럽힐 때
스르르 나는 잠이 들곤 하였다.
설핏 기척에 깨어보면 소금기 어린 바람과
살을 태울 듯한 햇살, 한 줌 움켜진 모래
나의 곤한 잠 속으로 찾아온 아버지는
계집아이가 어디서 한데 잠이냐고
호통치시는 목소리 뒤엔 파도소리가 따라와 있었다.
나는 책을 안고 그 자리에서 일어난 듯 했지만
깨어보면 늘 안방의 푸근한 이불 속에서
아버지 손을 더듬으며 잠이 든 막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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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내 나이 일곱 살 때
金 仁 子
어린 그 때에도 봄은 나른함으로 왔다.
좁은 집을 빠져나와
길게 미역이 널려있는 집 앞에서 책을 읽다말고
나는 쭈그린 채로 잠이 들곤 하였다.
짧은 꿈 속에선 어딘가에서 자꾸 미끄러져 애를 태웠다.
하늘은 이불이었고 얼굴에 덮고 잠이 든 책은
깨어보면 늘 한 켠에서 저 혼자 책장을 팔럭대기 일쑤였다.
어린 맘에도 나는 심심한 게 아니라
외로움이 싫다고 중얼거렸던 것 같다.
웬 아이가 저리도 청승인지 혀를 차는 사람도 있었다.
책을 보다가 노래를 부르다가
파도소리에 숨소리를 섞어 맞추다가
구름이 콧잔등을 간지럽힐 때
스르르 나는 잠이 들곤 하였다.
설핏 기척에 깨어보면 소금기 어린 바람과
살을 태울 듯한 햇살, 한 줌 움켜진 모래
나의 곤한 잠 속으로 찾아온 아버지는
계집아이가 어디서 한데 잠이냐고
호통치시는 목소리 뒤엔 파도소리가 따라와 있었다.
나는 책을 안고 그 자리에서 일어난 듯 했지만
깨어보면 늘 안방의 푸근한 이불 속에서
아버지 손을 더듬으며 잠이 든 막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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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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