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공간

친구와 선물

김인자
2002.11.03 10:47 5,076 0

본문

생각해보니
친구라는 말과 선물이라는 말은 서로 다른 뜻이 아니었습니다.
    
어제 저녁
화성 서장대에서 만난 친구는 내게 뜻밖의 선물 하나를 건넸습니다.
하늘이 있고 산이 있고 호수가 있고 숲이 있고 길이 있고 어디 그 뿐인가요? 들꽃 같은 사람들이 있고 원시의 바람이 있는 곳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담은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준비한 참 반가운 선물이었지요.
나의 경우, 연인도 마찬가지지만 좋은 친구를 말할 때 놓칠 수 없는 게 있다면 직접 만났을 땐 두말할 나위도 없겠고 만나기 전이나 각자 헤어진 뒤 혼자가 되었을 때에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지속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행복감을 들 수 있겠는데 모처럼 만난 그 친구로부터 받은 선물은 오래 내 기분을 행복감에 젖게 했습니다.    
화성을 내려와 허술한 된장찌개를 앞에 놓고 늦은 저녁을 함께 하며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오랜 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간의 공백을 두서없이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핵심도 없고 질서도 없는 이야기만으로도 푸근해 질 수 있다는 건 친구에게서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 같은 것이겠지요.
그래도 우리는 의기투합해 공통의 분모를 찾아냈고 길거리에 서서 가벼운 악수로 헤어지진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 친구의 마음 전부나 다름없는 내 차 뒷좌석에 뎅그라니 놓여있는 선물을 안고 식구들이 기다리는 밝은 집안으로 들어오는 작은 행복감이라니요?
그 때문인지 어제 밤은 짧고 또한 길었습니다.

이 아침 책상 위에 크게 펼쳐놓은 그 친구의 마음을 보다가 문득 한 줄 글 남깁니다.
나를 참 행복하게 하는 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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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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